“미래엔 발주에서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하나의 가상공간 플랫폼 안에서 해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국내 디지털건축 및 BIM 전문가로 꼽히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김인한 교수(사진)의 말이다. 그는 <e대한경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건설산업의 미래상에 대해 이렇게 제시했다.
△메타버스가 건설산업 및 설계 분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지.
전통 건설산업은 설계를 의뢰하고 시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설계변경 등이 발생했고, 이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과 공기 연장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
최근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건설의 전 과정을 꿰뚫는 ‘플랫폼 구축’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설계를 자동화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가상환경을 통해 설계자, 시공자가 돼보는 것이다.
플랫폼이 구축돼 사용자가 요구 조건을 입력하면, 최적의 프로토타입 안과 대략적인 견적이 자동으로 산출되게 한다. 설계에서도 플랫폼이 각종 오류와 법규를 자동으로 체크해 최적의 설계안이 빠르게 제시되고, 시공사는 플랫폼에 나와있는 설계 내역서를 검토해 입찰을 한다. 시공 관리 역시 플랫폼 안에서 이뤄져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 검토될 부분이 있으면 플랫폼 내에서 변경을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인천 검단 신도시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 공사가 조선 왕릉 경관훼손 논란이 벌어지며 중단됐는데, 애초에 가상공간에서 작업을 시뮬레이션했으면 잡아낼 수 있었던 문제였다.
△선진국에서 가상현실 도입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사회 인프라와 도시의 건축 정보를 데이터로 수치화하는 가상 플랫폼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이는 실제 도시의 구조물과 지형을 가상세계에 동일하게 반영해 구현해놓는 체계다. 마치 쌍둥이와 같다고 해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고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실제 사물과 실시간으로 동기화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해 시설물 관리, 교통사고 예방, 재난 대응 등의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국토교통부에서도 시범사업을 벌이는 등 활발한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계가 메타버스 기술의 극대화를 위해 갖춰야할 조건은.
우선은 기존 상용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건설사업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1단계다. 이와 함께 국가 주도로 설계, 시공분야 전문가들은 물론 인ㆍ허가 담담자들도 한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는 별도의 건설 전문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구축된 메타버스 플랫폼은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첨병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김희용기자 hyong@